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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반대로 달려 있는 사람들? ‘심장 전위증(Dextrocardia)’의 비밀

메디컬 리포트 2025. 4. 14. 20:31

우리는 심장이 가슴의 왼쪽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에게 심장은 흉곽의 왼쪽에 위치하며, 그에 맞춰 다른 장기들도 일정한 배열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이 기본적인 구조 자체가 다르게 태어납니다. 심장이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드물게 발생하는 선천적 심장 위치 이상을 의학적으로는 **‘심장 전위증(Dextrocardia)’**라고 부릅니다.

 

심장이 반대로 위치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지만, 이 증상은 단순히 위치의 문제를 넘어 심장 기능, 장기 배열, 그리고 생애 건강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의학적 주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심장 전위증의 종류, 발생 원인, 관련 질환, 진단 방법, 치료 및 환자들이 겪는 삶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심장 전위증(Dextrocardia)이란 무엇인가?

심장 전위증은 심장이 흉부의 오른쪽에 위치한 선천성 해부학적 이상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심장은 가슴의 왼쪽에 있으며, 심첨(apex, 심장의 끝 부분)이 왼쪽을 향해 있습니다. 하지만 Dextrocardia를 가진 사람은 이 심첨이 오른쪽을 향하고 있으며, 전체 심장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심장 전위증은 흔하지 않은 이상으로, 전체 인구 중 약 1 2천 명 중 1명꼴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단순한 위치 변화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더 복잡한 장기 배열 이상과 함께 나타나기도 하여 정확한 진단과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심장 전위증의 종류

심장 전위증은 그 형태에 따라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순수 심장 전위증(Dextrocardia of the mirror image type)
  2. 전장기 반전(Situs Inversus Totalis)
  3. 복합 심장 전위증(Dextrocardia with situs ambiguous or heterotaxy)

 

발생 원인

심장 전위증은 태아 발생 초기, 4주 차에 발생하는 심장 발달 과정의 이상으로 인해 나타납니다. 이 시기에 심장은 원래 일종의 튜브형태로 형성된 뒤 좌측으로 꼬이면서 왼쪽 흉곽에 자리잡게 되는데, 이 꼬임 방향이 반대로 진행되면 심장이 오른쪽에 위치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관여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 유전적 돌연변이 또는 유전자 발현 이상
  • 태아 시기의 염색체 이상
  • 모체의 당뇨, 약물 복용, 감염 등의 환경적 요인
  • 특정 유전 질환(: 카타게너 증후군, 일명 섬모운동장애)

심장 전위증이 단독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다른 기형이나 유전적 질환의 일부로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관련 합병증 및 동반 질환

순수 심장 전위증의 경우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다음과 같은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선천성 심장 기형 (심실 중격 결손, 대혈관 전위 등)
  • 호흡기 질환 (섬모운동장애로 인한 만성 폐렴 등)
  • 소화기계 구조 이상 (장 중첩, 소장 기형 등)
  • 카타게너 증후군(Kartagener Syndrome)
    전장기 반전, 만성 부비동염, 기관지 확장증을 특징으로 하는 유전성 질환입니다.

이처럼 심장 전위증은 다른 장기 이상과 연관되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해부학적 이상으로 보기보다는 전신적 평가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진단 방법

심장 전위증은 외형상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우며, 대개 다음과 같은 검사를 통해 발견됩니다.

  • 흉부 X선 촬영
    심장의 위치와 방향 확인
  • 심전도(ECG)
    심전도 파형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우심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심장 초음파(Echocardiography)
    해부학적 구조, 기능 이상 여부 확인
  • CT 또는 MRI 검사
    장기의 전체 배열과 연관 기형을 정밀하게 평가
  • 유전자 검사 및 염색체 검사
    동반 유전 질환 여부 확인 시 시행

출생 직후 신생아 스크리닝 검사나, 다른 질환의 검사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많으며, 성인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진단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치료 및 예후

심장 전위증 자체는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개별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1. 무증상 단독 심장 전위증
  2. 선천성 심장기형 동반 시
  3. 카타게너 증후군 등 유전 질환 동반 시

대부분의 단순 전위증 환자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며, 운동, 직업, 결혼, 출산 등에도 큰 제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응급상황이나 수술 시, 심장의 위치가 일반인과 반대라는 사실을 의료진이 인지하지 못하면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정보에 반드시 심장 전위증 이력을 기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장 전위증은 생소하고 드문 질환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증상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조기 진단과 적절한 관리만 이루어진다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신체 구조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개인의 다양성과 인체의 신비로움을 인정하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다양한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심장이 오른쪽에 있다고 해서, 그것이 이상하거나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바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질환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심장이 오른쪽에 있어도, 그 사람의 인생 방향은 결코 반대가 아닙니다. 올바른 이해와 관심이, 모든 심장 전위증 환자들에게 따뜻한 응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