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중에서도 미스터리: ‘카노반병’ 진단부터 치료까지
카노반병은 뇌백질이 점점 파괴되는 유전성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이는 ASPA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며, **N-아세틸아스파르트산(NAA)**이라는 물질을 분해하는 아스파르타아제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 결과, NAA가 뇌에 축적되면서 뇌의 백질이 스폰지처럼 파괴되고, 결국 뇌 전체의 기능이 점차 소실됩니다. 이 병은 주로 생후 3~6개월 사이에 발현되며, 이후 급격한 퇴행을 보입니다.

왜 ‘미스터리한 희귀병’이라 불리는가?
카노반병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인해 의료계에서도 **‘미스터리 질환’**으로 불립니다:
1. 증상이 매우 늦게 발현된다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출생하며, 초기 몇 개월은 전혀 이상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생후 3~6개월이 지나면:
- 목을 가누지 못하거나
- 눈동자 초점이 흐려지고
- 근육 긴장도가 떨어지며
- 발달이 멈춘 듯한 상태가 됩니다.
이러한 후기 발현 증상 때문에 많은 부모들은 초기에 병을 인지하지 못하고 병원 방문이 늦어집니다.
2. 전문가조차 오진하기 쉽다
카노반병은 대사 질환, 뇌성마비, 근육 질환, 간질 등과 증상이 유사하여, 많은 경우 오진됩니다. 실제로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발병 원인: ASPA 유전자란?
카노반병의 원인은 명확합니다. 바로 ASPA 유전자의 변이입니다. 이 유전자는 뇌세포가 NAA라는 화학물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드는 데 필수적입니다.
돌연변이로 인한 과정
- ASPA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 NAA가 분해되지 않고 뇌에 축적됨
- 축적된 NAA가 신경세포에 독성 작용
- 뇌의 백질(신경전달 경로) 파괴
- 결과적으로 운동, 감각, 인지 능력 전반이 무너짐
이 병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 방식으로 유전되며, 부모 모두가 돌연변이 보인자일 경우 자녀에게 25% 확률로 발현합니다.
대표 증상
생후 3~6개월경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 두뇌 성장 지연 및 두개골 확대 (macrocephaly)
- 목을 가누지 못함
- 눈동자 흔들림(안진)
- 근육 긴장 저하 또는 경직
- 삼킴 곤란, 침 흘림 증가
- 간질 발작
- 심한 경우, 호흡기 마비로 사망
카노반병은 가장 빠르면 생후 6개월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진행되며, 대부분의 환아가 10세 이전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진단 방법: 얼마나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카노반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검사가 필요합니다:
1. 소변 또는 뇌척수액 검사
- NAA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남
2. MRI 검사
- 뇌의 백질이 소실되며, 뇌실이 확장되어 있음
3. 유전자 검사 (ASPA 유전자)
- 변이 여부를 확인하여 확진 가능
유전자 검사는 가족력 없이도 자녀에게 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모호한 경우에도 반드시 권장됩니다.
치료는 가능한가? — 현재의 현실
현재까지 카노반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희망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1.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 (AAV 벡터 기반)
- ASPA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전달하는 방식
- 미국과 유럽에서 일부 임상시험 중
- 실험쥐에서는 증상 개선 결과 보고됨
💉 2. 대증 치료
- 항경련제: 발작 조절
- 물리/작업 치료: 근육 기능 유지
- 영양관리: 삼킴 곤란 시 위루관 삽입 고려
🧠 3. 조기 진단 후 집중 관리
- 조기 발견 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음
- 증상 발현 전 진단된다면 임상시험 참여 기회 존재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조언
- 우리 아이가 너무 조용하거나 발달이 느릴 경우, 반드시 뇌 대사 질환을 의심해야 합니다.
- 유전자 검사는 생각보다 간단하고, 조기 진단에 결정적입니다.
- 가족력 없는 희귀 유전병은 돌연변이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 국내 희귀질환 등록센터나 병원에서 일부 치료비 지원 및 의료기기 대여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