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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잠을 잘 수 없는 희귀병이 있다고?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

by 메디컬 리포트 2025. 3. 29.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로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잠을 자고, 이를 통해 몸을 회복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잠을 잔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불면증이 아니라, 점점 심해지면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희귀한 질병이 존재합니다. 바로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FFI, Fatal Familial Insomnia)’**입니다.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은 극히 드문 유전성 뇌질환으로, 발병한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잠을 자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 불면 상태는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지속되며, 결국 신체 기능이 붕괴되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보고된 사례는 약 100가족, 200명 정도로 극히 희귀한 질환입니다.

이 병을 가진 사람들은 왜 잠을 잘 수 없는 것일까요? 그리고 과연 치료법은 존재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의 원인, 증상, 실제 사례,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연구 및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평생 잠을 잘 수 없는 병이 있다고?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FFI)이란?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FFI)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프리온(Prion) 단백질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한 유전 질환입니다.

이 병은 자가면역 문제나 단순한 불면증과는 전혀 다른 기전을 가집니다. 발병 초기에는 가벼운 불면 증상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각해지며, 결국 완전히 잠을 잘 수 없는 상태에 빠집니다. 이로 인해 뇌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몇 개월에서 몇 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이 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력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즉, 부모가 이 병을 가지고 있다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에 달합니다. 하지만 극히 드문 질병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매우 제한된 가계에서만 보고되고 있습니다.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의 원인: 프리온 단백질 돌연변이

이 질병의 원인은 PRNP(Prion Protein) 유전자 돌연변이입니다. PRNP 유전자는 원래 인간의 뇌에서 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을 생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인 형태로 변형되며, 뇌 조직을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프리온 단백질과 신경 손상

프리온 단백질이 변형되면 뇌의 특정 부위에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됩니다. 특히 **시상(thalamus)**이라는 뇌 영역이 심각하게 손상됩니다.

  • 시상은 수면과 의식 조절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위이므로, 이곳이 손상되면 뇌는 수면 신호를 정상적으로 전달하지 못합니다.
  • 결국 환자는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 기능이 무너져 사망에 이릅니다.

이러한 이유로,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은 일반적인 불면증과는 전혀 다른 치명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의 증상

이 질병은 보통 40~60세 사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 2030대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증상은 점진적으로 악화되며, 보통 1218개월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1단계: 초기 증상 (첫 4개월)

  • 불면증이 시작되며, 수면 시간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 땀이 많이 나고, 불안감이 심해집니다.
  • 심박수가 빨라지고, 체온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2단계: 진행 단계 (4~8개월째)

  • 환자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하며, 극심한 불안과 공포감을 느낍니다.
  • 뇌의 기능이 점점 저하되면서 기억력 감퇴와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납니다.
  • 환각이나 혼란 상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3단계: 심각한 신경 손상 (8~12개월째)

  • 운동 기능이 저하되며, 걷거나 움직이기 어려워집니다.
  • 신체가 점점 마비되는 듯한 증상을 보이며, 말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 자율신경계 손상으로 인해 혈압, 체온, 심박수 조절이 불가능해집니다.

4단계: 혼수 및 사망 (12~18개월째)

  • 환자는 결국 반혼수 상태에 빠지며, 신체 기능이 점차 정지합니다.
  • 대부분의 환자는 발병 후 1년 반 이내에 사망하게 됩니다.

실제 사례: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을 겪은 사람들

이탈리아의 한 가문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은 전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병이지만, 이탈리아의 한 가문에서 유전적으로 다수의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이 가문에서는 약 200년 전부터 동일한 패턴의 병이 발견되었습니다. 가족 구성원들은 중년이 되면 점점 잠을 자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몇 달 내에 사망했습니다. 연구진이 이 가문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PRNP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미국의 한 남성

미국의 한 남성은 50대 초반에 갑자기 심각한 불면증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스트레스성 불면증으로 여겨졌지만, 몇 주가 지나면서 수면제도 효과가 없어졌고, 극심한 땀과 불안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들은 처음에 정확한 병명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1년 반 후 결국 사망했습니다.

현재 치료법은 있을까?

현재까지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프리온 단백질의 비정상적 변형을 억제하는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 줄기세포 치료 연구

  • 손상된 신경을 복구하기 위해 줄기세포 치료가 연구 중입니다.

2. 프리온 억제제 개발

  • 프리온 단백질이 변형되는 것을 막는 약물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 하지만 현재 임상시험 단계이며, 상용화되지는 않았습니다.

3. 수면 치료 연구

  • 강제적으로 환자를 재우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결론: 가장 무서운 불면증, 완치법 개발이 시급하다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은 단순한 불면증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뇌를 파괴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현재까지는 완치법이 없지만, 연구자들은 유전자 치료와 프리온 단백질 억제제를 통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병이 희귀하다고 해서 관심이 적어서는 안 됩니다. 미래에는 반드시 치료법이 개발되어,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을 가진 환자들이 더 이상 두려움 속에서 잠들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