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희귀질환

기후변화로 새롭게 등장하는 신종 희귀 바이러스

by 메디컬 리포트 2025. 5. 2.

최근 몇십 년 사이, 인류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 이상 기온, 가뭄, 폭우 같은 자연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우리의 생활 전반이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후변화가 단순히 환경문제를 넘어, 전염병과 바이러스의 출현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특정 지역에만 존재하거나, 동면 상태였던 바이러스들이 환경 변화에 따라 깨어나고 있으며, 일부는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신종 희귀 바이러스 사례를 살펴보고, 앞으로 인류가 준비해야 할 대응 방안을 함께 고민해본다.

영구동토층 속 잠든 바이러스의 부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캐나다 등 북반구 고위도 지역의 영구동토층에는 수만 년 동안 얼어붙어 잠들어 있던 고대 바이러스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녹기 시작하면서, 이들 바이러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14년 프랑스의 연구진은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약 3만 년 전 얼어붙었던 ‘피토바이러스(Yedoma virus)’를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 다행히 이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감염되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인간에게 위험할 수 있는 고대 병원체가 함께 깨어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녹은 동토층으로 인해 탄저균이 다시 퍼지면서 수십 명의 감염자와 가축의 대량 폐사가 발생한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지구 깊숙이 묻혀 있던 바이러스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이제 과학적 가설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기온 상승과 새로운 매개체의 확산

기후변화는 바이러스 자체만이 아니라,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의 생태에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모기, 진드기, 설치류 같은 생물들이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이들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확장되고, 번식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뎅기열을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는 원래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만 분포했지만, 최근에는 유럽 남부와 일본 남부, 심지어 한반도 일부 지역까지 북상했다. 이러한 매개체 확산은 이와 함께 이동하는 바이러스의 위험성도 증가시킨다. 그 결과, 이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지역에서 신종 희귀 바이러스가 출현하거나, 기존 바이러스가 더 넓은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새롭게 부각되는 신종 바이러스 중 일부는 기존 바이러스와 유전자 구성이 달라 백신이나 치료제가 듣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기후변화로 인해 매개체 생태계가 바뀌면서 인류는 완전히 새로운 전염병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해양 바이러스의 부상: 바다의 위협

기후변화는 육지뿐만 아니라 바다에도 심각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해수 온도의 상승과 해양 오염으로 인해, 기존 해양 바이러스들의 활동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는 새로운 형태로 변이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몇몇 지역에서는 어류나 해양 포유류에서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바이러스성 질병이 나타나고 있다. 북극권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북극에서만 존재하던 특정 바이러스가 남쪽 바다로 퍼질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해양 바이러스 중 일부가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어패류를 통한 감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보고된 해양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드물지만, 만약 바이러스 변이로 인간 감염 능력이 강화된다면, 우리는 육상 전염병만큼이나 심각한 '해양 전염병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

야생동물과의 접촉 증가가 부르는 신종 바이러스

기후변화는 인간의 생활 패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극심한 기후 변화로 농업 생산이 감소하고, 물 부족과 서식지 파괴가 심해지면서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새로운 인수공통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을 급격히 높이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열대우림 파괴로 인해 박쥐와 설치류들이 인간 거주지 주변으로 이동하면서 니파 바이러스, 헨드라 바이러스 같은 신종 전염병이 등장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인간과 접점이 거의 없던 동물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도시와 마을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며, 이는 희귀 바이러스의 인간 감염 경로를 넓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 인간은 더욱 다양한 동물 매개 바이러스의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라 보건 위기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 온도가 올라가는 문제가 아니다. 신종 희귀 바이러스의 등장과 확산이라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지금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신종 전염병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바이러스 연구를 강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조기 탐지 시스템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동시에 국제사회는 환경 보호와 함께 보건 위기를 예방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인류가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지 않는 한, 바이러스의 위협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지구를 살리는 일이자, 인류 자신을 구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