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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선천성 무통각증'이란?

by 메디컬 리포트 2025. 3. 25.

통증은 우리 몸이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신경 반응입니다. 예를 들어, 뜨거운 물건을 만지면 즉시 손을 떼거나, 날카로운 물체에 베였을 때 출혈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이러한 통증 반응이 없다면 사람은 자신의 신체가 손상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심각한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희귀한 질환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이를 ‘선천성 무통각증(Congenital Insensitivity to Pain, CIP)’이라고 합니다. 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뜨거운 불에 데이거나 뼈가 부러져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며,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습니다.

선천성 무통각증은 매우 희귀한 유전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의 사람들에게서만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질환이 왜 발생하는지,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현재 치료법은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평생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선천성 무통각증'이란?

1. 선천성 무통각증이란?

선천성 무통각증(CIP)은 태어날 때부터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희귀한 신경 질환입니다. 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신경계의 구조나 기능이 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 전달 체계에 결함이 있습니다.

통증은 우리 몸이 손상이나 자극을 감지할 때 신경계를 통해 뇌로 전달됩니다. 일반적으로 피부나 근육이 손상을 입으면 신경이 이를 감지하고 신호를 척수와 뇌로 보내 경고를 발합니다. 하지만 선천성 무통각증 환자들은 이러한 신경 신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통증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 질환은 ‘무통각증(insensitivity to pain)’과 ‘무통각성 무한증(anhidrosis)’으로 나뉘기도 합니다. 무통각증은 단순히 통증만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무통각성 무한증(Congenital Insensitivity to Pain with Anhidrosis, CIPA)은 통증뿐만 아니라 땀을 분비하는 기능까지 손상된 경우를 의미합니다.

2. 선천성 무통각증의 원인

선천성 무통각증은 주로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 질환은 SCN9A, SCN11A, NTRK1 등의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첫째, SCN9A 유전자 돌연변이는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나트륨 채널 단백질(Nav1.7)의 기능을 방해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단백질은 신경세포가 통증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신경세포가 통증을 감지해도 신호를 적절히 보내지 못하게 됩니다.

둘째, NTRK1 유전자 돌연변이는 신경 성장 인자(NGF, Nerve Growth Factor) 수용체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유전자가 변이되면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결국 통증을 느끼는 기능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일부 경우 SCN11A 유전자 돌연변이도 선천성 무통각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 유전자는 신경 세포의 흥분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변이가 발생하면 신경이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적 돌연변이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 방식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부모 양쪽 모두가 해당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어야 자녀에게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3. 선천성 무통각증의 주요 증상

선천성 무통각증을 가진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적인 증상을 보입니다.

첫째,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인 부상을 경험합니다. 아이들은 보통 넘어지거나 다쳤을 때 통증을 느끼고 이를 피하려는 행동을 보입니다. 하지만 선천성 무통각증을 가진 아이들은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을 반복하거나, 상처를 입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골절과 심각한 외상이 흔하게 발생합니다. 환자들은 뼈가 부러지거나 피부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어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상태가 악화될 위험이 큽니다.

셋째, 입과 혀를 심하게 물어뜯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생아나 어린아이들은 치아가 나기 시작할 때 가려움을 느끼고 입안을 물어뜯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선천성 무통각증을 가진 아이들은 통증을 느끼지 못해 혀, 입술, 뺨을 과도하게 씹어 심각한 손상을 입기도 합니다.

넷째, 고온이나 저온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뜨거운 물체를 만지거나 얼음에 손을 대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 심한 화상이나 동상에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다섯째, CIPA 환자의 경우 땀을 분비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땀은 체온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CIPA 환자들은 땀샘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아 체온 조절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로 인해 열사병이나 과열로 인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4. 선천성 무통각증의 진단과 치료

선천성 무통각증은 희귀한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진단 과정에서는 환자의 증상과 가족력을 확인하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SCN9A, NTRK1 등의 돌연변이를 분석합니다. 또한, 신경 반응 검사와 피부 감각 검사를 통해 통증 반응 여부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선천성 무통각증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환자들이 일상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환자들은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부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주기적으로 의사의 검진을 받아 신체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둘째, 보호자나 의료진이 환자의 신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경우, 스스로 조심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가 상처나 골절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고온 및 저온 환경에서 주의해야 합니다. 환자들은 화상이나 동상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극단적인 온도 변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CIPA 환자는 체온 조절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땀을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운 환경에서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냉각 장치를 이용해 체온을 낮춰야 합니다.

5. 결론

선천성 무통각증은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희귀한 유전 질환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완치 방법은 없지만, 철저한 관리와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환자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증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우리 몸을 보호하는 필수적인 신경 반응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