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희귀바이러스

신생아에게 치명적인 희귀 세균 크로노박터 사카자키(Cronobacter sakazakii)의 위험성과 국내 대응 실태

by 메디컬 리포트 2025. 5. 12.

신생아는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생명체다. 출생 직후 면역체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신생아는 외부 환경의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매우 취약하며, 단순한 감염도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세계 보건기구(WHO)가 신생아 감염병 중에서 가장 주의할 병원체로 지목한 세균이 있다. 바로 **크로노박터 사카자키(Cronobacter sakazakii)**.

 

이 세균은 주로 분유, 젖병, 주방기구 등에서 발견되며, 단 몇 마리의 균으로도 생후 2개월 이하의 영아에게 패혈증, 뇌수막염, 장 괴사 등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크로노박터 감염 사례에 대해 철저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국가 감시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인식 부족, 감염 사례 미파악, 병원성 평가 부족 등으로 인해 사실상 방치된 상태에 가깝다. 이 글에서는 크로노박터 사카자키의 감염 메커니즘, 감염 증상, 사망률, 실제 사례, 그리고 국내외 대응 체계의 비교와 향후 예방 전략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크로노박터 사카자키(Cronobacter sakazakii)의 위험성과 국내 대응 실태

크로노박터 사카자키란 무엇인가?

크로노박터 사카자키는 과거에는 Enterobacter sakazakii로 불리다가, 유전적 차이에 따라 2007크로노박터 속(Cronobacter)’으로 재분류된 병원성 그람 음성 세균이다. 이 세균은 건조 환경에서도 생존력이 매우 강하며, 특히 분유와 같은 건식 가공 식품 내에서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

다음은 이 세균의 주요 특징이다:

  • 건조 내성: 6개월 이상 건조 환경에서도 생존 가능
  • 열에 부분 내성: 60도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해야 사멸 가능
  • 저온 생존성: 냉장 온도에서도 일정 시간 이상 증식 가능
  • 표면 부착력: 젖병, 분유통, 조리기구 표면에 강하게 부착됨

이러한 특징은 일상적인 위생 관리로는 충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신생아를 위한 조유 과정에서 아주 작은 실수만으로도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감염 경로 및 고위험 대상

크로노박터 사카자키의 주요 감염 경로는 다음과 같다:

  1. 조제분유를 통한 감염: 가장 일반적이며, 조유 과정 중 오염된 물이나 기구를 통해 균이 분유에 침투한다.
  2. 오염된 젖병 또는 보관 용기: 분유 보관 시 기밀성이 낮거나 반복 사용된 젖병의 표면에서 균이 증식할 수 있다.
  3. 의료기구 또는 병원 환경 감염: NICU(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의료기구를 통해 감염된 사례도 있음.

특히 생후 2개월 이하, 저체중아, 조산아, 면역저하 신생아는 감염 시 생존 확률이 50% 미만까지 떨어질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이 세균으로 인한 신생아 감염은 "극히 드물지만, 발생 시 매우 치명적이므로 모든 감염을 반드시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염 증상과 사망률

크로노박터 사카자키에 감염된 신생아는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다:

  • 초기 증상: 지속적인 울음, 수유 거부, 체온 저하, 피부 창백
  • 중증 증상: 패혈증, 호흡곤란, 뇌수막염, 장 괴사
  • 말기 증상: 발작, 의식 저하, 전신 부종, 사망

감염 진행 속도는 매우 빠르며, 일부 신생아는 감염 후 24시간 내 사망에 이를 정도로 병세가 급격하다. 특히 뇌수막염이 발생한 경우 90% 이상이 영구적인 뇌손상 또는 사망으로 이어지며, 생존하더라도 지적 장애, 운동장애, 실명, 청력 손실 등의 후유증이 남는 사례가 많다.

 

실제 보고된 감염 사례

  • 미국 2022년 사례: CDC는 조제분유 브랜드 ‘Abbott Nutrition’ 제품을 섭취한 신생아 4명이 크로노박터 감염으로 중증 상태에 빠졌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제품은 리콜되었고, 미국 전역에서 분유 대란이 일어났다.
  • 프랑스 2017년 사례: 한 병원 내 신생아실에서 분유기구 관리 부주의로 3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1명은 뇌수막염으로 사망했다.
  • 중국 2014년 사례: 분유 제조 과정 중 멸균공정 실패로 7명의 신생아가 집단 감염되었으며, 해당 공장은 폐쇄 조치되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산업적, 의료적 위생 관리 실수 하나로도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국내 상황과 대응 실태

현재 국내에서는 크로노박터 사카자키가 감염병 분류 리스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의무보고 대상 질병도 아니다. 이에 따라 실제 감염이 발생해도 병원 차원에서 자체 처리되거나, 단순 패혈증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다.

 

분유 제조사 또한 이 균에 대한 별도 표시나 위험 경고를 하지 않으며, 많은 부모들이 끓이지 않은 물로 분유를 조유하거나, 젖병 소독을 소홀히 하는 등 잘못된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대형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조유실 운영 중 철저한 고온 살균, 전용 멸균수 사용을 도입했지만, 소형 산후조리원이나 가정에서의 위생 수준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예방 수칙과 대응 전략

크로노박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수칙은 다음과 같다:

  • 70도 이상의 끓는 물로 분유를 조유하고, 30분 이내 섭취
  • 조유 직전까지 끓인 물 보관미사용 분유는 재사용하지 않기
  • 젖병, 고무 젖꼭지, 분유통 등은 매 사용 후 열탕 소독 또는 전용 살균기 사용
  • 냉장 보관 시 4시간 이내 사용, 그 이상은 폐기
  • 면역 취약 신생아는 가능한 모유 수유 권장

국가 차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

  • 크로노박터 감염을 법정 감염병 또는 신고 의무 감염병으로 지정
  • 분유 제조사의 고온 살균 기준 강화 및 표시 의무화
  • 산후조리원·소아과의 조유 위생 관리 기준 제정
  • 보건복지부 및 식약처 중심의 전국 감시 시스템 구축

 

크로노박터 사카자키는 알려진 감염병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신생아 병원체 중 하나다. 감염률은 낮지만 단 한 번의 감염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수준이기에, ‘희귀하다는 이유로 대응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