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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바이러스

아프리카에서 확산 중인 Lassa Fever 바이러스

by 메디컬 리포트 2025. 5. 16.

에볼라 바이러스와 말라버그 바이러스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라사열(Lassa Fever)**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매년 수천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고위험성 바이러스 질환이다.
처음 발견된 1969년 이후, 주로 나이지리아,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등에서 풍토병처럼 상존하는 인수공통 바이러스로 간주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감염 범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WHO 2023년 이후 라사열의 유행이 이전보다 빨라지고 있고, 기후변화 및 인구 이동 증가로 인해 중앙아프리카, 동아프리카 지역까지 감염 경계가 넓어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에볼라와 달리 전 세계적인 경계는 낮고, 백신 및 치료제 개발도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라사열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 임상 증상, 사망률, 전파 양상 그리고 백신 개발 현황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아프리카에서 확산 중인 Lassa Fever 바이러스

Lassa Fever 바이러스란 무엇인가?

라사열은 **Arenaviridae(아레나바이러스과)**에 속하는 단일가닥 RNA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출혈열이다. 이 질병의 이름은 1969년 첫 사례가 보고된 나이지리아 라사(Lassa) 지역에서 따왔다.

라사열 바이러스의 주요 숙주는 **서아프리카 전역에 서식하는 멀티마마쥐(Mastomys natalensis)**이다. 이 설치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증상이 없으며, 타액, 소변, 대변 등을 통해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인간은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거나, 설치류 배설물과 직접 접촉함으로써 감염된다. 심지어 바이러스는 공기 중 비말로도 확산될 수 있어, 병원 내 2차 감염 위험도 상당히 높다.

 

감염 증상과 치사율

라사열은 감염 후 6~21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며, 증상의 진행 속도는 개인차가 크다. 많은 감염자는 경미한 증상으로 회복되지만, 중증 환자의 경우 급격한 전신 장기 손상이 일어난다.

경증 환자의 증상

  • 발열, 두통, 근육통
  • 인후통, 설사, 복통
  • 전신 피로감, 오한

중증 환자의 증상

  • 안면 부종, 출혈(코피, 잇몸, 장출혈)
  • 호흡 곤란, 심한 흉통
  • 청력 손실, 쇼크, 의식 혼미

치사율은 일반 감염자의 경우 **1~2%**로 낮은 편이지만, 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의 경우 사망률이 15~20%까지 상승하며, 임산부의 사망률은 30%를 넘는다. 특히 감염자의 30% 이상이 청력 손실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후유증의 위험 또한 크다.

 

전파 범위와 지역 확산 추이

라사열은 주로 서아프리카의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다음과 같은 양상으로 지리적 확산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 나이지리아: 매년 1,000명 이상 감염 보고, 가장 큰 감염국
  • 시에라리온: 풍토병화되어 지역사회에서 반복 발생
  • 기니: 농촌 지역에서 집중 발생, 보고 체계 미흡
  • 베냉·토고·가나: 최근 확산 초기 단계에 진입
  •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2022년 이후 확산 의심 사례 증가

WHO 2024년 보고서에서 라사열을 **“감염병 대응 우선순위 리스트(R&D Blueprint Priority Pathogens)”**에 포함시키며, 팬데믹 가능성이 있는 질병으로 지정하였다.

 

백신 개발 현황

현재까지 라사열에 대한 정식 허가를 받은 백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여러 백신 플랫폼이 라사열 대응을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1. CEPI(전염병 대비 혁신연합)의 지원 프로젝트

  • 미국의 INOVIO 제약사는 DNA 기반 라사 백신 ‘INO-4500’을 개발 중이며, 1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아프리카에서 2상에 돌입하였다.
  • 오스트리아의 Themis Bioscience우수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WHO와 공동 연구 중이다.

2. 나이지리아 자체 백신 개발 시도

  • 나이지리아 국립바이러스연구소(NVRI) mRNA 기반 백신 후보군을 개발 중이나, 자금 부족과 인력 문제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3. 다국적 협력 임상시험

  • 미국 NIH, 영국 PHE, 서아프리카 보건연합은 공동으로 피험자 3,000명 규모의 대규모 3상 시험을 2025년까지 진행 예정이다.

이 외에도 라사열은 **에볼라 치료제인 리바비린(ribavirin)**이 일부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감염 후 초기에 투여되어야 하며, 부작용이 심해 예방 목적 백신 개발이 훨씬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대응 및 감염 가능성

현재 한국은 라사열 감염 사례가 공식 보고된 바는 없으나, 4군 법정감염병으로 분류하여 검역을 실시 중이다.
라사열은 아프리카 지역과의 인적·물적 교류 증가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경로로 국내 유입 가능성이 존재한다:

  • 해외 입국자(특히 서아프리카 방문자)
  • 의료봉사단, 군사 파병 인력
  • 국제 물류를 통한 간접 접촉 감염

질병관리청은 국내 의료진 대상 라사열 교육 및 진단법 안내 매뉴얼을 배포하고 있으며, 인천공항·부산항 등 주요 관문에서 고위험국가 입국자 검역 강화 조치를 시행 중이다.


라사열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감염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 피해는 이미 에볼라를 넘어설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연숙주인 설치류가 광범위하게 서식하며, 치사율보다 무서운 청력 상실, 뇌손상 등의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백신 개발은 희망을 주고 있지만, 아직 보편화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그 사이 국제사회와 개별국가의 방역 시스템 강화, 인식 제고, 조기 진단 능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