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병은 X 염색체에 존재하는 GLA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 질환입니다. 이 유전자는 **알파-갈락토시다제 A(α-GAL A)**라는 효소를 생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글로보트리아오실세라마이드(GL-3)**라는 특정 지질이 몸속 세포에 쌓이게 됩니다.
이 지질이 혈관, 심장, 신장, 신경계 등에 침착되면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게 되며, 심할 경우 심부전, 신부전, 뇌졸중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인구에서 파브리병이 드문 이유
아시아 인구에서는 파브리병의 유병률이 서양보다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약 40,000명 중 1명꼴로 파브리병 환자가 발견되지만, 아시아에서는 통계가 불완전하고 환자 수 자체가 매우 적어 진단조차 누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전적 다양성과 함께, 정기적인 유전자 검사에 대한 인식 부족이 주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아시아권에서는 질병의 존재조차 모른 채 수년간 증상을 방치하는 사례가 매우 많습니다.
파브리병의 초기 증상 — 이렇게 시작됩니다
파브리병의 무서운 점은 증상이 매우 모호하고 일반적인 질환과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대표적인 초기 증상입니다:
- 손발 저림 (말초신경통)
- 비정상적인 땀 분비
- 피부 병변 (앙기오케라토마)
- 소화 불량 및 복통
- 청소년기 성장 지연
이러한 증상이 있을 경우, 단순히 “체질이 그렇다”거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넘기기 쉽지만, 파브리병일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진단 방법: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파브리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혈액 검사와 유전자 검사가 필요합니다.
남성의 경우, 혈중 알파-갈락토시다제 A 효소 수치가 낮게 나오면 진단이 거의 확정되며, 여성은 보인자(carrier)의 형태일 수 있기 때문에 GLA 유전자 분석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보건소나 대학병원 유전의학과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가족력이 있거나 위에서 언급한 증상이 있다면 꼭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치료법과 관리: 완치가 가능한가?
현재 파브리병은 완치보다는 관리가 중심인 질병입니다. 하지만 조기 진단이 이루어질 경우 **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소 대체 요법(ERT)**으로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약물 유도 단백질 정렬 치료(chaperone therapy)**도 연구 및 승인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치료의 핵심 포인트
- 정기적인 심장, 신장 기능 검사
- 전문 의료진의 치료계획 하에 꾸준한 약물 투여
- 식단 및 생활습관 관리
- 가족 전체의 유전자 검사 및 상담
환자와 가족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
파브리병은 '희귀병'이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병의 존재조차 모른 채 잘못된 진단을 받고 오랜 시간 고통받습니다. 또한 치료비가 상당하여 경제적 부담도 큰 편입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일부 치료비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있으며, 다양한 희귀병 관련 재단에서 지원금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파브리병은 초기에 발견된다면,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모호하고, 우리 주변의 의사조차 익숙하지 않아 오랜 시간 방치되곤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스스로 또는 가족 중 누군가의 증상이 해당된다면, 의심하고, 검사하고, 대응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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